사회
이불 밖은 위험해
올여름 우리를 숨막히게 했던 것은 더위뿐만 아니라 연이어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들이었다. 지난 8월 4일, 많은 한양대생이 거주하는 왕십리역에서 칼부림 예고가 발생해 학생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또한 강남과 대학가 등 통행이 많은 장소에 칼부림이 잇달아 예고되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 들이 급증했다. 인터파크 쇼핑에 따르면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이후 12일 간 호신용품 거래액은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39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흉기 난동 사건이 일상 공간에서 발생하면서 '나도 언제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수요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내 몸을 지키기 위한 호신용품이 나를 해치는 흉기로 돌변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8월 17일, 관악산 생태공원에서 30대 여성이 폭행 및 강간을 당하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범행도구가 '너클'[1]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신용품의 이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온라인 판매업체들은 너클을 '주먹을 강화하는 호신용품'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신림동 성폭행 살인사건과 같이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용품이 제약 없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은 분명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호신용품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총포 화약법)'상 무기로 규정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온라인상 구매 문턱은 낮고 정확한 정보 공급 또한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에 『한양』은 우리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요구되는 호신용품에 대한 규제와 소비자의 자세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호신용품, 그거 진짜 위험해?
우선, 호신용품이 가진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단순 판매랑으로만 보면 경보기나 스프레이와 같은 수동적 호신용품의 수요가 높으나, 최근에는 전기충격기, 너클과 같은 위력이 강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적극적인 행동이 묻지마 범죄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높인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격성이 높고 살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너클과 전기충격기의 경우 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빈번하다. 이와 같은 두 가지 호신용품이 악용된 사건들을 통해 그 위험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너클)
너클은 손가락에 반지처럼 끼워 사용하는 금속 재질의 도구로, 망치로 때리는 것과 같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두개골 함몰, 골절, 근육파열, 인대 파열, 뇌출혈, 실명 등 인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실제로 신림동 성폭행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이마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입었으며 의식 불명 상태 및 생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알려졌다. 이는 너클로 인한 부상이었, 그 외에도 심장만 뛸 뿐 다른 장기들이 모두 장기 부전 상태에 처하는 위독한 상태였다. 너클은 단순히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들도 있으나 뾰족한 것들이 박혀 있어서 더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8월에 발생한 신림동 성폭행 살인사건 이후에도 너클을 사용한 사건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충격기)
호신용 전기충격기는 소리와 빛을 통해 상대를 위협해 물러나게 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전기가 통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불시에 충격을 받을 경우 다리가 풀리거나 심하면 기절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2018년 한 20대 남성이 구애를 받아주지 않는다며여성 BJ의 목, 허리 등을 전기충격기로 공격해 전치 2주가량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일반적인 전기충격기의 위력은 영화처럼 극적이거나 사람을 기절시킬 정도가 아니라 바늘에 찔렸을 때의 2배 정도의 따끔함이다. 하지만 개인과 상황에 따라 어떠한 위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흉기와 호신용품, 그 사이
우리나라 법률상 호신용품은 총포화약법에 따라 무기로 정해진다. 총포화약법에서는 총, 일정 길이 이상의 검, 화약, 분사기, 전기충격기, 석궁 등에 대해서 일반인이 호신을 목적으로소지하려면 관할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제 사격 기능이 없는 장난감 모형총이나 영화・연극용 예술 소품 목적의 무기, 길이 15cm 이하의 칼, 전류 10mA 이상인 전기충격기 등도모두 무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허가 없이 소지할 경우 무기에 따라 3~5년 이하의 징역 또는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쇼핑몰들은 처벌 규정이나 신고절차를 공지하지 않고 있어 규제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매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불법무기를 소지・판매하다가 적발된다. 실제로 지난 할로윈, 서현역 근처에서 28cm 길이의 정글도를 소지한 30대 남성이 흉기 휴대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총포화약법 개정안이 9건이나 발의되어 있지만 모두 국회에 보류 중이다. 특히 최근 흉기로 악용된 전기충격기나 너클과 같은 도구가 아닌 도검, 활 등의 도구를 관리 대상에 넣는 개정안만이 발의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살상력을 갖춘 호신용품들에 대해서는 현재 어떠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너클, 삼단봉)
너클과 삼단봉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총포화약법 상 무기로 규제되지 않아 누구나 살 수 있고, 경찰의 허가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주마다 법을 달리하는 미국에서는 50개 주 중 38개 주가 너클 소지를 규제하고 있다. 너클을 치명적 무기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이 중 21개 주에서는 소지 자체가 불법이며, 17개 주에서는 허가 받은 사람만 소지가 가능하다.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너클은 무기로 분류된다. 그리고 삼단봉의 경우 일본의 총포도검법에서는 무기로 간주된다. 일본에서는 공격・진압용 무기로 두께, 재질, 무게, 길이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2007년 이후 삼단봉에 대한 규제가 풀려누구나 구매가 가능하고, 허가를 받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모형총, 가스총)
호신용품으로 사용되는 가스총은 모의총포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규제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총포화약법 11조에 따라 누구든지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 는 것'을 소지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완구가 아닌 모의 총기를 들고 다닐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모의총을 실제 총으로 오해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총에 '컬러파트'를 붙여 알아보기 쉬운 주황이나 노랑으로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비비탄총, 서바이벌 게임에 쓰이는 에어소프트건 등에는 이 부품이 붙여진 채로 판매된다.
모의총포에 해당하는 호신용 가스총도 컬러파트 부착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장난감 총과 구분을 위해서 또는 디자인을 이유로 컬러파트가 붙여지지 않은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실제와 유사한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모형총을 개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컬러파트를 임의로 떼거나 색칠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호신용 가스총은 소비자나 판매자가 직접 검사 요청을 해야만 공식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만약 검사 요청이나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별다른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는 “총과 유사한 형태의 컬러파트가 부착되지 않은 제품의 경우는 협회에게 모든 제품이 검사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검사를 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검사하는 제품의 경우 끝에 빨간색 팁을 달아달라고 요청은 하고 있다”고 말한다. 총포를 관리하는 공식 기관을 통한 검사가 의무는 아니다 보니 쇼핑몰에서는 총과 비슷한 모양의 가스총이 대다수다. 국내의 총포화약법 상으로는 모의총기 및 허가 용품에 대해 제조, 판매, 소지를 불법화한 것 이외에는 다른 감시 장치나 추가적인 관리·감독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충격기)
전기충격기는 종류에 따라 신고의무 여부가 다르다. 충격 빈도가 느리며 얇은 옷을 통과하는 정도의 1~2만 볼트의 전기충격기는 누구나 소지가 가능하지만, 전압이 3~6만 볼트일 경우 경찰의 허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전기충격기들은 업체에서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의 성능시험을 거쳐 경찰청의 허가를 받았다는 제품들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6만 볼트 이내, 10mA 이내로 생산해야 한다는 상한선만 준수하면 된다. 여기서 6만 볼트와 10mA라는 수치는 1996년 개정에서 정해진 성능 기준이다[2]. 그러나 전기충격기의 위력은 전류와 전압, 작동시간, 전기회로에 따라 달라지기에 수치만 준수한 전기충격기에 대해 안심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성능기준에 대한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0월, 『한양』은 하남시에 위치한 호신용품 판매점을 방문했다. 직원 A씨에게 전기 충격기에 대해 묻자 "지지면 바로 쓰러지죠"라며 그 위력을 홍보했다. 또한 쿠보탄[3], 호신용 스프레이 등에 대해서도 "이걸 사용하면 정신을 못 차려요. 힘이 쭉 빠집니다."라며 즉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신용품을 오용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니까요"라며 무기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품은 분명 필요하나, 그 위험성이 큰 용품들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도 '호신용품'을 검색하면 다양한 종류의 호신 용품들을 싸게는 천 원부터 2-30만 원 이내로 클릭 몇 번이면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게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호신용품, 이대로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신용품, 규제가 필요해!
현재의 호신용품은 이전 판례에 근거한 ‘위험이 되지 않는’ 정도의 법적 수치에 의존하거나 새롭게 등장하는 용품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 다루었던 전기충격기, 너클, 가스총 등과 같은 공격적인 호신용품들의 경우 ‘자기방어’를 명분으로 사용 및 소지를 정당화하기에 무리가 있다. 오히려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신용품이 범죄에 악용된 지금, 규제를 마련한다면 치안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호신용품의 정의와 소지 여건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살상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그 위험성이 입증되면 지금보다 체계적이고 강화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 동국대 경찰사범대학과 경찰행정학과 교수진은 “일반인이 평상시에 허가와 신고 없이소지하고 다닐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법령에 너클 같은 도구 명을 추가로 넣어 규제하기보다는 ‘현격히 타인의 신체를 가할 수 있는 도구’ 등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원이 최종적 판단을 함에 따라 사례가 구축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기준 수치에 대한 검토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판매 과정, 개조 여부 등을 조사하는 추가적인 조치의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현재의 문제는 모든 검사가 의뢰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경찰청과 협회가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에서 들어오는 너클과 호신용 스프레이 용액 등에 대해서는 관세청의 수출입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개조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수적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높은 접근성의 유통구조와 온라인 플랫폼상 다양한 개조법을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제 무기 제작 방법 등을 인터넷에 소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 요구가 이뤄진 건수는 2018년 440건에서 2022년 5,610건[4]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필요한 사람이 호신용품을 소지하지 못하거나 너무 성능이 적은 것만 소지가 가능하다면 호신용품으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호신용품을 적법하게 사용하려면 소비자들은 구매 시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구매 당시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추후 자진신고 기간을 활용하면 된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신고는 호신용품의 현황 파악을 용이하게 하여 규제 시행을 돕고,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 다가서는 발판이 될 것이다.
더 이상의 불안사회는 싫어!
호신용품을 굳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사회를 조성하는 것이 치안의 근본적 목표이다. 하지만 올해 우리의 사회는 어떠했는가? 수많은 칼부림 예고, 치안에 대한 불신으로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고,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는 작은 소란에도 예민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호신용품이 범죄 도구로 악용되는 사건들은 우리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고 호신용품의 유통구조와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을 해야 한다. 경찰 배치 확대, 단속 강화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안심하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불안에 떨지 않는 거리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무기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호신용품을 규제하고, 또 그러한 규제를 잘 준수하는 것이 그것이다. 호신용품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별다른 규제가 존재하지 않기에 대부분의 쇼핑몰 등에서 ‘허가가 필요 없는 제품’, ‘누구나 사용 가능’을 강조하여 광고하는 상품이 많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홍보에 치우쳐 처벌규정이나 신고 절차 등을 자세히 공지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무기류에 대한 자세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를 관리하는 것도 요구되지만, 일차적으로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호신용품의 관리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사회 안전을 위하는 방향일 것이다.
더구나 호신용품은 그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무기류도 있지만, 개조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용품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뾰족한 칼이 달린 너클 등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만큼 변화한 환경에 따라 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현실 상황을 빠르게 반영하여 적용할 수 있는 신속한 기준 마련과 규제가 더욱 요구된다. 개인 차원에서도 판매자들의 윤리 의식과 소비자들의 주의 깊은 태도를 통해 불안하지 않은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호신용품이 정말 ‘호신護身: 몸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오길 기대해 본다.
수습위원 김유민 uminkim2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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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로 손가락의 관절을 보호하고 주먹을 강화하는 도구. 손가락의 관절을 나타내는 ‘knuckle’에서 유래 했다.
[2]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의3제2항 (전자충격기의 성능기준)
[3] 호신용 열쇠고리로, 한 손으로 잡으면 위아래로 약간 삐져나올 정도로 짧은 길이의 단봉. 명칭은 개발 자인 Kubota Soke Takayuki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4] 2019년에는 292건, 2020년은 416건, 2021년에는 744건이었다. (출처: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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